Bactoria 황준오

2019년 22주차 회고

2019-06-04
bactoria

3주 전 쯔음인가? 나는 여사친과 ‘사과’(먹는사과 아님) 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고, 이야기를 계속 나누다가 내가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들었다. 남들이 나에게 비수같은 말을 꽂아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문제는 내가 타인에게 주는 상처에 대해서도 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누구에게 어떤 상처를 줬는지, 그리고 상처를 줬다고 해도 쉽게 까먹는다.

나는 대화를 하면서, “그럴 수도 있겠네” 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쓴다. 주방에서 일했을 때, 불화가 생길 때마다 나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항상 중립적인 위치였다. 이 상황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며, 전혀 싸울 이유도 없고 편가를 이유도 없어보였다. 나로서는 이런 성격이 불편한 경우가 더러 있었다. 내 친구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어서 속상한 상황일 때, 가해자의 입장이 이해가 갈 때도 분명 있었다. “그럴수도 있겠네” 이다. 이는 친구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설령 친구의 속상함에 공감이 가지 않더라도 위로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진심이 아니라면 애써 위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힘이 되고 위로해주는 좋은 친구 관계로는 남을 수 없었다. 나의 이런 행실에 쉽게 상처받는 사람들과는 점점 멀어졌다. 잘난척하는 사람은 내가 미리 손절 하는 편이고, 감성적인 사람들에게는 손절 당하는 편인 것 같다. 주변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쿨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할 수록 느끼는 것이 있다. 관계 속에서 사건 사고가 있을 때가 분명 있다. 이 때는 내가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방해한다. 한 곳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아애 단절을 자처한 경우도 있었다.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단절에서 오는 힘이 굉장히 큰 것 같다. 대학교를 다닐 때는 과동아리 총무를 맡으면서 항상 들떠있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지금은 완전 반대의 사람이 되었는데, 개발을 진심으로 임하면서부터 사고가 바뀐 것 같다. 과거에는 개발자는 워라밸이 보장이 안되는 직업이라 자신의 삶이 없는 직종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개발쪽을 선택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하루를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직업이 과연 몇이나 될까.

 

지금까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친했던 누군가를 뽑으라면 초등학생 때 부터 같이 살던 강아지였다. 2년 전, 강아지가 세상을 떠났는데, 그 이후로 지금까지 의지할 곳이 없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이 친구를 떠올릴 때면 눈물이 흐른다. 가장 소중한 인연을 보내고 나니, 삶에 희망과 욕심을 잃어갔다. 너무 힘들어서 몇 달간은 내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더라. 환생과 천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굳게 믿는 나에겐, 고민하고 고민할수록 삶은 허무하게만 다가왔다. 내가 사는 이유는 딱히 죽을 이유가 없었을 뿐더러 죽을 용기조차 없었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내 수명을 10년 줄이는 대신 강아지와 1년 동안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면 당장 그렇게 하고 싶다.

 

사회적 이슈에 별 관심이 없고, 내 취미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만들다가 죽으면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죽기 전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남아서 나를 보내주면 좋겠지만, 결혼도 생각이 없다. 이것이 나의 27살 때 가치관인데 언제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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